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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투기, 서민 배고프게 만드는 주범
2000년 이후 다주택자들이 강남권 아파트 59% 매입

최근 도하 각 언론에서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겁다. 시청률 40%대를 자랑하던 연속극 ‘삼순이’를 능가하는 국민적 드라마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부동산대책 논의’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국민 대부분 정부의 강력한 대응 주문

대부분의 국민들은 부동산 투기를 ‘공공의 적’, ‘백해무익한 것’으로 처방하고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시장에 맡기면 수급의 원리에 따라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부동산 투기라는 것은 없으며 기실 부동산 투자에 불과하고 주식투자처럼 자연스런 시장의 본성이라는 것이다. 아예 나아가 정부가 무엇을 하든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강남불패’를 믿는 사람도 있다. 대체 부동산이 무엇이기에 이렇듯 전 국민이 관심을 갖는 문제가 되는 것일까?

부동산은 쉽게 말해서 땅과 건물이다. 사적 소유의 대상이고 시장에서 사고 팔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도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은 TV나 컴퓨터와는 달리 모자라면 수입해서 쓸 수 있는 그런 재화가 아니다. 땅은 지리적 이동이 불가능하고 위치나 주변여건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같은 규격과 품질의 부동산이라도 위치, 학군, 교통 등 주변 인프라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강남과 강북의 집값이 크게 차이 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파는 사람이 주도권 갖는 불균형 시장

한정된 국토에서 가용 토지는 유한하고 새로운 주택이나 건물이 공급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3년이 걸린다. 그나마 땅이 없으면 공급할 수도 없다. 그러다보니 부동산시장은 파는 사람이 주도권을 가지는 공급자우위 시장이 되고 가격기능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들은 주거 등 실제 필요를 가진 실수요자도 있지만 투기 목적인 경우도 있다. 국세청 조사 결과 2000년 이후 서울 강남권에서 거래된 아파트 중 59%는 집 두 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들이 추가로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강남권 아파트 수요는 상당 부분 투기수요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투기적 수요는 부동산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이는 다시 가격상승 기대를 높여 매물이 사라지고 가격은 더욱 상승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부동산시장에 수급 불균형이 자주 발생하고 거품이 생기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한마디로 부동산시장은 불완전한 데다 가격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함으로써 시장실패가 빈번히 나타나는 시장이다.

토지가 무진장한 반면 인구는 얼마 안 되는 미국 와이오밍주의 시골에서는 토지가격이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비좁은 맨하탄에서 토지는 금싸라기가 된다. 이처럼 공급이 제한된 부동산시장에서는 수요가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부동산 소유자가 초과이익을 챙기게 된다. 부동산 소유자가 특별히 부동산의 경제적 가치향상을 위해 노력하지 않더라도 가격이 오르고 이익이 생기는 것이다.

부동산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초과이익을 노리는 투기가 조장됨으로써 내집마련을 위한 서민들의 꿈이 깨지고 이로 인해 건전한 근로의욕이 저하된다. 집값이 오르다보니 연 3000만원 소득의 근로자도 10년 이상 모든 소득을 저축해야 겨우 내집 마련을 할 수 있을까 말까한데 한 두달 새 집값이 1-2억원이나 오른다면 누가 열심히 일할 마음이 들겠는가. 또한 투기의 과실은 일부 계층만 향유하게 되므로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소득 및 부의 양극화가 심화됨으로써 국민통합을 저해하게 된다.

토지·임대료 상승 고비용 경제구조 부채질

며칠 전 경제계의 한 인사는 정부가 배고픈 것과 배 아픈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면서 “정부는 배고픈 것만 해결해 주면 된다”고 하기도 하였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말이 있지만 단지 정서상 배 아픈 것뿐이라면 미상불 시장에서 알아서 할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이 정서상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우리경제의 시스템과 경제구조의 효율성에 직결된다면 문제는 다르다.

부동산가격이 장기간 상승하면 인적·물적자원이 생산적 부문에 흘러가지 못하고 부동산 부문에 과도하게 집중됨으로써 자원배분이 왜곡된다. 그리고 토지, 임대료 등 생산비용이 상승하여 경제의 고비용 구조를 초래하게 된다. 더욱이 부동산거품을 제 때 제거하지 못하면 나중에 거품이 꺼지면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늘려온 금융기관이 부실해지고 나아가 기업과 가계마저 부실의 늪에 빠지게 된다. 부동산거품의 확산을 방치하다가 어느 순간 거품이 꺼질 경우 국민경제나 개개인에 닥칠 해악은 지난 IMF때보다도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즉 부동산 문제는 ‘배 아픔’의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배고픔’의 문제로 직결될 수 있으며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 바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다.

거품을 만들지 않는 튼튼한 경제가 바로 부동산시장의 안정에 달려 있다. ‘잃어버린 10년’으로 상징되는 일본의 장기불황이 부동산가격의 급등락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번 참여정부가 추구하는 부동산정책은 이러한 국가경제 기본을 이루는 시발점인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개인적으로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질 희망을 갖고 있고 공적으로는 우리사회가 더욱 살기 좋은 선진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과연 더 나은 내일은 무엇이고 선진사회는 어떤 것인가. 그것은 바로 정직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대접받고 잘 사는 사회이어야 할 것이다. 특히 인적 자원이 가진 자원의 모두인 우리나라에서 국민모두가 열심히 일하는데 국력의 원천이 있고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이 제대로 대접을 받아야 더욱 일할 유인이 생긴다. 천민 자본주의나 로또식 경제원리가 아닌 정상적이고 투명한 경제를 위한 정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야당 대책도 정부·여당과 큰 차이 없어

대통령이 “집값 만큼은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총리도 부동산투기를 “사회적 암”으로 규정하였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헌법처럼 바꾸기 어려운 부동산제도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마침 최근에 한나라당에서도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였는데 부동산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 제시된 정책대안에 있어서 정부나 여당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10·29대책 때에 비하면 부동산가격을 잡겠다는 여야 간의 정책목표와 인식에 많은 접근이 이루어진 것 같다. 이번에야 말로 여야합의를 통해 우리 부동산시장을 근본적으로 정상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운영자 (ksy@ucnews.co.kr) 2005-07-12 18:5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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